누구에게나 시대를 함께 해온 이성들이 있다. 사적으로 아는 사이던, 공적으로 들리던 사이건, 책 속에서 만났던 사이건 간에 이들을 사모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이 쉬이 가려지지 않는다. 이성보다 동성 친구가 많다면 성격이 아니 좋다는 속설이 있다. 저자는 콧웃음치며 그런 것은 단지 취향의 차이라 말한다. 나도 스리슬쩍 저자의 달변한 말빨에 동승한다. 이성을 눈여겨 보는 것은 본능이다라며..
고종석에 대
고종석이란 작가를 처음 접했지만 일관적인 좌파적 성향을 띄며, 사회문화적인 이슈에 통찰의 즐기며 범인의 감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정도는 알겠다. '자유, 박애, 평등'의 나라 프랑스에서 공부했고 오랫동안 저널리즘 계에서 일하셨다. 주저리주저리 그에 대해 담고 있지만, 난 정작 그의 얼굴도 그가 쓴 책도, 그를 만든 책도, 그가 지닌 철학도 아무 것도 모른다. 고종석이란 이름은 내게 신선하다. 그가 얘기하는 그녀들처럼 나는 그가 궁금해 졌다.
위키백과 사전은 그에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진보적 자유주의자 또는 서유럽식 사민주의자로 자처하는 비판적 지식인이다."1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언어로부터 보여지는 그는 '문화생태주의자'다. (저 단어에 너무 깊이 파고 들지 마라. 난 그저 느낀대로 이야기 할 뿐이니까.) 아쉽게도 책에 쓰여 있는 약력은 독자의 오독을 조장한다. 그는 신문기자로 일하다 프랑스로 넘어가 공부를 하고 한국일보 논설위원실에서 일하다가 현재 프리랜서, 혹은 출판사 개마고원에서 일하고 있다. 이런 지적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난 쉬운 철학이 좋다. 어려운 말을 늘여놓으며 실존주의니 하는 고차원적인 철학보다 이 같은 당순한 퍼즐 맞추는 걸 좋아한다. 사르트르의 책을 읽은 적이있다. 5분만에 책을 던지며 외쳤다. "이게 다 무에야!!"라며.. 그런 면에서 고종석은 영리한데다 친절하기까지 하다. (작가소개를 본인이 쓰진 않을 것이다.) 처음에는 '여자 이야기'를 하나보다라며 들쳐보던 책이 '여자에서 역사로, 사회로, 철학으로' 옮겨가더니, 여자는 간데 없고 저자의 시선이 남고 철학이 남는다. 저자에게는 선과 악도 없고 진보와 퇴보도 없을 것이다. 역사적 진실이 있고, 피사체의 행위가 있다. 그리고 우리는 보지 못했지만, 저자가 보았던 시선의 빗김이 있다.
로자 룩셈부르크, 최진실, 제인 마플, 무라사키 시키부, 오리아나 팔라치, 마리 앙투아네트, 이화, 샤를로트 코르데, 라 파시오나리아, 사포, 요네라라 마리, 니콜 게랭, 측천무후, 오프라 윈프리, 라마 야드, 아룬다티 로이, 알렉산드라 콜론타이, 다이애너 스펜서, 마더 테레사, 임수경, 브레이트 애슐리, 마리 블롱도, 로자 파크스, 프랑수아즈 지루, 갈라, 후지타 사유리, 조피 숄, 윤심덕, 클라라 체트킨, 셰레하자데, 시몬 베유, 시몬 드 보부아르, 황인숙, 강금실, 총 34명.
당신은 이들 이름에서 어떤 것을 보고 있는가.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없다. 죽은 이도 있고 산이도 있다. 실존인물이 아닌 사람도 있다. 다양한 인종이다. 대중적인이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도 있다. 정치가도 있고 종교인도 있고, 예술가도 있고, 문화가도 있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이도 있다. 거억되는 이도 있고 아닌 이도 있다. 삶이 단조로운 이도 있고 화려한 이도 있다. 장수한이도 있고 단명한 이도 있다. 나누고자 한다면 그들의 합집합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도 단하나 공통점을 끌어낸다면 모두 고종석의 눈에 띈 사람들이다. 저자가 데리고 온 이들이 달가운 이유는 그들이 존재의 이유를 한가득 품고 있기 때문이라.
◸이 책을 떠받치고 있는 철학은 "의미는 서로 다른 문화가 교차하는 순간에 비로소 생긴다"는 바흐친의 말이다. 사실, 의미란 곧 차이라는 것은 언어학의 기본 명제이다.◿ p97, 요네하라 마리篇
한번 더 내가 보아오고 들어왔던 것들에 대한 진실성이 희석되어 진다. 객관적인 사료 없이 루머나 가쉽처럼 받아들여진 이것들로 인해 이들은 얼마나 상처를 입었겠는가. 저자로 인해 파고든 새로운 의미는 기존의 데이터를 업뎃하고 동시에 개인의 관점을 벼린다. 날카로운 관점이 사실의 틈을 더 빨리 발견하게 만들지는 두고볼 일이나, 무뎌짐을 느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소득이다. 예를 들자. 저자가 마더 테레사의 삶에서 가장 감동을 받은 부분은 헌신보다, 죽을 때까지 싸운 '믿음을 향한 투쟁'이다. 이전까지 내 감동이 그가 말한 '헌신'이었음에 뜨끔한다. 실은 아무 것도 모른 채 대명해진 이름만으로 나는 이미 그녀를 알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내 믿음은 어디 있는가? 내 마음 가장 깊은 곳에도 텅 빔과 어둠밖엔 없다. 하느님이 존재한다면, 날 용서하시기 바란다. 천국을 생각하여 애써 봐도, 공허함이 엄습하면서 그 생각이 날카로운 칼처럼 되돌아와 내 영혼을 벤다. 이 남모를 고통이란 얼마나 고통스러운가? 내겐 믿음이 없다. 사랑도 열정도 없다. 내가 뭘 위해 일하고 있는가? 하느님이 없다면, 영혼도 있을 수 없다. 영혼이 없다면, 예수여, 당신은 가짜다.◿ p163, 마더 테레사篇
한참이나 내 영혼이 가짜임이 아니었던가 반성한다. 실상 저자의 주인공은 여성이 아니다. 여성은 빌미일 뿐이다. 비로소 날이 선 통찰은 본서를 이렇게 본다. 2010년 대한민국에, 문화생태학자가 던저주는 '계몽의 서'라고..
◸올바른 대의를 위해 자신을 던지는 사람이 거의 없다면 올바름 넘치는 세상을 어떻게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날씨는 화창한데 나는 간다. 그러나 오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전장에서 죽어가고 있는가. 얼마나 젊고 희망에 찬 생명이...... 만약 우리가 한 행동이 많은 사람을 깨우쳤다면, 지금 죽는다고 무슨 여한이 있겠는가?◿ p224, 조피 숄篇
- http://ko.wikipedia.org/wiki/%EA%B3%A0%EC%A2%85%EC%84%9D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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